왕궁리 오층석탑의 봄1 전북 익산 왕궁리오층석탑 왕궁리 오층석탑 앞에 서면,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. 아니, 어쩌면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. 천년의 세월을 견디며 서 있는 돌탑과, 매년 같은 자리에 다시 피어나는 벚꽃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길 때,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. 가만히 눈을 감으면, 오래전 이곳이 백제의 궁궐이었을 시절이 떠오른다. 왕궁리라는 이름 그대로, 한 나라의 중심이었을 터다. 그 시절에도 봄은 왔을까. 그리고 누군가는 지금의 나처럼 이 자리에 서서 꽃을 바라보았을까. 돌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, 그 침묵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듯하다. 벚꽃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. 화려하게 피었다가도 며칠이면 흩어지고 만다. 그러나 바로 그 덧없음이 풍경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. 변하지 않는 돌탑과, .. 2026. 4. 7. 이전 1 다음